평점 9.7 / 10
한줄평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미추(美醜)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이유
일전에 읽은 <필요한 사람인가>의 공동저자인 라 로슈푸코의 책이다.
<필요한 사람인가>를 읽으면서 라 로슈푸코의 문장이 짧으면서도 심오하고 통찰력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때문에 검색을 하게 되었고 대표작이라 불리는 해당 책을 구매하여 읽게 되었다.
2019/05/04 - [1. 일] - 일의 관점에서 본 책 : 필요한 사람인가 - 발타자르
책 소개
저자 : 라 로슈푸코 La Rochefoucauld(1613.9~1680.3)
17세기 프랑스의 고전작가.
라 로슈푸코 공장 가문의 장남으로 태어나 군 복무를 마친 후 루이 13세와 왕비의 신임을 받아 궁정에 들어갔다.
하지만 1637년 왕비 파인 세르뵈즈 공작부인의 음모에 가담하여 감옥에 갇혔다.
프롱드 내전에서는 반란군의 지휘를 맡아 싸웠으며, 1652년 포부르 생탄투와 느 전투에서 중상을 입고 한 때 실명했다.
그 후 정치적 야심을 버리고 <회고록> <잠언집> <성찰> 등을 집필하였다.
저자의 생애를 보면 정치적으로 성공하려고 부단히 노력하였으나, 허무함을 느끼고 자신의 경험을 책으로 엮어낸 것이 보인다.
과연 야심으로 정쟁의 중심에 뛰어들었다가 회의감을 느낀 사람이 겪은 사람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일의 관점에서 임팩트 1(일화, 경험)
200 허영심이 미덕의 동반자가 되지 않는다면 미덕은 그리 멀리 걸어가지 않을 것이다.
홍트리버 생각
책 전반적인 내용에서 저자는 인간을 이기심과 허영의 집합체로 보는 듯하다.
곱씹어볼수록 반대하기가 어려운 주장이다.
저자는 거의 모든 미덕은 감춰진 이해관계이거나 허영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별생각 없이 받은 교육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친절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는 친절한 태도를 교육받았고 실행하고 있다.
이 사람은 궁극적으로 왜 그렇게 행동하는가?
저자는 그것을 계산된 이득과 허영의 산물이라고 신랄한 어조로 말한다.
즉 그런 교육방침이나 가치나 철학 등이 나오게 된 이유가 바로 이득에 있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당위적인 미덕 옹호는 라 로슈푸코 앞에서 발가벗겨지고 만다.
미덕이라 불리는 행동은 겉으로는 도덕이나 윤리의 가면을 쓰고 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이득 때문에 시작되며, 이를 도덕적이라고 믿는 허영으로 지속된다.
남에게 친절하면서 “난 내게 중장기적으로 큰 이득이 있기 때문에 하는 거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까?
아니면 “마땅히 그래야 하기 때문에 하는 거야. 도덕적으로도 그게 옳잖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까?
라 로슈푸코는 이득 때문에 친절하다고 말하는, 생각하는 인간이 드물기 때문이 인간이 허영으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한다.
만약 남에게 친절한 것이 직간접적 불이익을 야기한다면 누가 미덕이라는 이유로 친절할 것인가?
재미있고 적절한 한 가지 사실은, 라 로슈푸코는 그러한 인간의 허영과 이기심을 지적하고 회의감을 표현하기는 하지만 허영과 이기심으로 미덕이 유지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반대하지는 않고 오히려 자신은 잘 활용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라 로슈푸코의 입장은 이렇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인간은 이기심과 허영의 가면을 쓴 미덕을 추종한다.
하지만 그것이 나쁠게 뭔가? 이기심과 허영을 추종하든 말든 미덕은 여러 사람에게 이득을 줄 수 있다. 물론 악덕 또한 마찬가지다. 악덕은 반면교사로서 미덕으로 사람들을 이끄는가 하면 미덕은 속에 있는 허영을 감추기 위한 가면으로 사용될 때가 더 많다.
일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기적 이타주의자에 딱 들어맞는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내가 가장 큰 이득을 얻기 위해서는 당신이 승리해야 합니다. 때문에 당신을 돕겠습니다.라는 관점이다.
사실상 조직 내부에서 동료라는 생각이 없이 경쟁을 하게 되고, 그러는 과정에서 다른 동료가 더 크게 성공할 수 있는 팁을 숨기는 경우도 많다.
안타깝지만, 그런 분위기가 만연하다면 조직은 같은 방향으로 나갈 수 없고,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며 정치적인 싸움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그런 조직이 힘을 합쳐 무엇인가 하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진실된 동료의식과 공유 비전이 중요한 이유이다.
일의 관점에서 임팩트 2 (일화, 경험)
206 정직한 사람들의 감시를 항상 받기를 바라는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정직한 사람이다.
홍트리버 생각
<아부의 기술>에서 느꼈듯, 아부는 거의 무적의 전술이나 다름없다.
2019/04/27 - [1. 일] - 책 : 아부의 기술 - 리처드 스탠걸
아부가 통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인간이 이기적이며 자기중심적이고 허영에 쩌든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비현실적이고 말도 안 되는 비행기 태우기에 기분 좋게 웃을 수 있겠는가?
때문에 객관적으로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은 대개 좌천되거나 제거되고 만다.
물론 잘못을 지적하는 것 자체도 허영에서 비롯된 배설이나 그저 마음에 안 들어 거는 딴지인 경우도 많다. 이럴 경우는 방법과 목적 둘 다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깊게 숙고하고, 존중하고 배려하고 더 이상 이렇게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바탕이 된 지적이 오히려 더 배척된다.
내가 추측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
누구나 지적받는 게 싫다.
-
자기를 지적하는 사람은 지적하는 사람이 나보다 낫기 때문에 지적한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내비친다.
-
공개적으로 지적하거나, 지적의 내용이 공개적으로 인정하기를 촉구하는 경우 모욕이나 도전으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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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하기 어려운 자기 결점을 지적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잘못 가고 있다면, 누구라도 누구에게라도 말할 수 있고 이를 도전이나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같은 동료로서 서로를 위한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문화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동료의식, 공동의 비전, 내가 잘못을 인정하여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신뢰가 조직에 있어야 할 것이다.
의사결정권자의 어려움은 정말 따스하지만 날카로운 피드백을 견디고 오히려 장려하고 찾는 자세, 즉 항상 자신을 갈고닦는 어려움을 찾아다니는 자세가 아닐까 한다.
일의 관점에서 임팩트 3 (일화,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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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혼자만 현명해지기를 바라는 것은 극도로 어리석은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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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람의 재능을 그의 장점들을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되고, 그가 아는 장점들의 활용 방법에 따라 판단해야만 한다.
홍트리버 생각
일의 관점에서 위 2 문장을 통 합보자.
일을 할 때 잘하는 것이 있고 그것이 유용하다면 그것을 혼자서만 쓰면 안 된다. 공유해서 전체의 효율을 높일 생각을 해야 한다.
이렇게 다수가 활용해 전체가 이득을 보는 방법을 사용하느냐, 혼자 비법처럼 독점하느냐는 자신의 재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이고, 그것이 사람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 최신 프로그램을 잘 활용한다고 가정하자.
그 사람이 혼자 비법처럼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성과를 올리고 승승장구한다면?
그는 능력은 있지만 낮은 평가를 받아야 하는 인물이다. 좋은 것을 독점하여 개인의 이득만을 취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그 프로그램의 장점과 단점과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전체적인 시스템으로 만들자고 제안한다면? 그는 능력도 있고 높게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물론 현실에서는 반대의 상황이 너무나 빈번히 나타난다.
일단 경영자나 관리자부터 새로운 것에 대해서 겉으로는 반기나 이해하지 못하거나, 무의식적으로 경계하고 반대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학습능력이 부족해서이다.
새롭게 제안되는 것들은 기존 세력의 반감을 사기에 매우 적합하다. 배워야 하고 바꿔야 하기에 적당히 다니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부담이 되는 것이다.
또한 좋은 것을 전체적으로 적용하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 등이 너무 눈에 띄는 나머지, 실제적으로 그 투자가 가져올 이득은 멀게 느껴지고 등한시된다.
따라서 조직의 경영자로부터 파생된 분위기 즉 조직문화가 정말 중요한 이유이다.
경영자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적용하고 효율을 올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같은 직원들에게 효율화하는 과정에서도 자신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신망을 잃지 않았다면 상황은 매우 좋다.
새로운 것에 대한 공포감 거부감을 동료의식과 학습의지로 이겨낼 수 있고 결국 작은 혁신을 이뤄낼 것이다.
하지만 학습의지 또는 신뢰감 둘 중에 하나만 없어도 상황은 절망적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에 대해서 적극적인 지원이나 반기는 분위기가 없다면, 시도조차 하기 어렵다.
학습의지는 있지만 신뢰를 잃었다면,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이 위험한 일로 간주되어 아무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결국 흐지부지해질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하면 비효율은 반드시 효율로 대체된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버티고 버티다가 새로운 이득은 이미 다른 쪽에서 선점하고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게 되니,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엑셀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먼저 새로운 기술이 없나 찾고 있다가 그것을 적용해서 데이터를 관리해왔다면, 지금 얼마나 큰 이득을 볼 수도 있었겠는가?
클라우드와 NAS 등의 실시간 동기화 기술을 지금이라도 배우고 적용하여 미래를 구축한다면 앞으로 얼마나 큰 경쟁력을 얻을 수 있겠는가?
눈 앞에 보이는 배우는 비용만 생각하고, 배워야 오래도록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조직이 많아 안타깝다.
아쉬운 점
-
잠언 부분은 그렇다 치지만, 성찰 부분에서는 엮은이의 생각이 좀 들어가는 게 좋았을 법하다. 배경 지식이 역주로 첨가되어 있기는 하지만, 실제적으로 생각할 거리가 별로 없는 편도 있는 것 같기에 역자의 생각이 들어갔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무리
전체적으로 생각할 꺼리가 많아 좋은 책이다.
짧은 문장을 깊고 깊게 음미하다 보면 문득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된다.
깊이 이해할수록 인간의 속성을 파악하고 장점과 단점, 한계와 희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부담되지 않기에 오랜 기간 짧은 시간이 날 때마다 읽으려고 한다.
by 피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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