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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9.8 / 10
한줄평
필멸자가 쓴 필멸자들을 위한 아름답고 실제적인 죽음 이야기.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이유
책 추천을 받고 구매했다.
서평에 들어가기에 앞서 책을 고르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고, 어떻게 책을 읽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떤 책을 읽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좋은 책을 찾을 수 있을까?
나는 모든 분야에 정통한 사람도 아니고, 어떤 책들은 그럴싸하면서도 오류투성이이거나 의미 없는 책들도 많다.
너무 많은 책들 속에서 진짜 가치있는 책들을 찾기란 어려우며, 최고의 책이라 하더라도 시간이 가면 수정되고 폐기된다.
때문에 나는 내가 성향을 파악하고 있는 좋은 큐레이터를 찾아 그들이 추천하는 것을 읽는 것이 소모시간 대비 가장 좋은, 즉 효율적인 책 선택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고영성, 신영준 두 사람이 보증하는 책이므로, 일단 구매하였고 바로 읽었다.
책 소개
저자 : 샐리 티스데일 Sallie Tisdale
샐리 티스데일은 <violation> <talk dirty to me> <stepping westward> <women of the way> 등 다양한 작품을 저술했다.
푸시카트 문학상, 국립 예술기금 연구원, 제임스 D 팰런 문학상을 받았고 숀펠트 객원 작가 시리즈에 연사로 초청받았다.
티스데일의 작품은 <하퍼스> <뉴요커> <쓰리 페니 리뷰> <안티오크 리뷰> 등에 실렸다.
문학상 수상자로서 작가 경력 외에 완화의료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고 있다.
유니크 함!
이것 하나만으로도 가치가 넘친다.
이 책은 오직 샐리 티스데일만이 쓸 수 있는 작품이다.
첫 번째로 그는 2개의 문학상을 받을 만큼 뛰어난 필력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이 다른 죽음에 관한 서적들과 가장 다른 점은 문체가 정말로 눈물 난다는 점이다.
싸구려가 아니다.
눈물을 짜내지 않는다.
소소하고 평범한 것들을 나열하면서 시선을 유도하고, 어느새 내 마음 안에 있는 단추를 건드린다.
냄새. 후회. 생각. 그리고 얼굴들…
그것이 우리를 적신다.
뛰어난 문체는 단연 독보적이라 할 수 있겠다.
두 번째 장점은, 실제로 죽음에 관한 일을 하면서 누구보다 많은 경험과 생각을 통해 쓴 책이라는 점이다.
예측이나 선입견이 아니라 실질적 경험적으로 이야기한다.
예를 들면 많은 통념들, 죽음이 가까웠을 때의 통증같은 경우다
100명 중 99명은 큰 고통 없이 죽는다. 아스피린 같은 가벼운 진통제로도 충분히 통증 없이 지낼 수 있으며, 부각되는 고통스러운 죽음은 1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진짜 무서운 것은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알면서 죽음에 대한 공포감을 많이 경감시킬 수 있다.
이론과 경험이 합쳐진 위로가 이 책을 더 특별하게 한다.
일의 관점에서 임팩트 1(일화, 경험)
책의 내용
위태로운 아름다움.
우리의 고충은 여기에 있다.
죽음은 결코 피할 수 없다.
우리는 사라지기 때문에 아름답고 영원할 수 없어 고귀하다.
그런데 우리는 이 사실을 늘 잊고 산다.
우리는 갖가지 재료로 화려하게 만든 조화보다 시들어버리는 생화를 좋아하고,
금세 떨어져 발길에 차이고 말 단풍을 일부러 찾아가 구경하며,
산기슭 너머로 저물어가는 석양을 넋 놓고 바라본다.
금세 사라지고 말 취약성(fragility)이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홍트리버 생각
정말 아름다운 문체와 내용이다.
우리는 모두 죽는다.
그러나 모두 그것을 잊고 산다.
죽음을 잊기 위해 더 열심히 산다.
죽음 앞에서 인간은 홀로 무력함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것을 회피하고자 사랑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은 반드시 온다.
저자처럼 죽음을 그렇게 깊게 생각해본 사람도, 자신의 죽음을 상상하는 수준에서 멈출 수 밖에 없다고 고백한다.
타인의 죽음은 객관적으로 보면서도,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오히려 희망은 죽음에 있다.
반드시 죽기 때문에, 아웅다웅하지 않을 수 있다.
더 이타적인 행동을 할 수 있고, 탐욕에서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다.
어떤 대상이 영원하여 내가 어떤 영향도 끼칠 수 없다면, 나 자신은 무슨 의미가 되겠는가?
어떤 대상이 완벽하여 더하고 뺄 것도 없고 내가 거추장스럽기만 하다면, 나는 그 대상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반대로 내가 어떤 대상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의지할만한 대상이 되고, 감사함의 시선과 퇴근 후 차려져 있는 반찬들과 가지런히 게어져 있는 옷을 본다면, 그것이 내 삶의 의미가 아니겠는가?
우리가 서로를 채워주는 전극이 아니라면, 어찌 빛을 나눌 수 있겠는가?
일의 관점
바람직한 관계는 서로가 서로의 강점을 강화하며 단점을 커버하는 것이 된다.
업무에서는 이를 분업과 전문화라고 표현할 수 있다.
어떤 다세포 생물도 모든 것을 혼자 처리하지는 않는다.
그러는 편이 서로의 생존에 유익하기 때문이다.
가능한 수준에서 객체성을 유지하되, 최대한 각자의 전문성을 키우는 것.
그러기 위해 서로 의사소통하는 방식에 대해 철저히 지킨다면 그만큼 좋은 업무관계는 없을 것이다.
직원들이 모여 경제활동을 하는 것은 세포들이 모여 한 생명을 공유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의 관점에서 임팩트 2 (일화, 경험)
책의 내용
(생략)
간병인은 환자를 옆으로 눕히는 식으로 소리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흔히 한쪽이 다른 쪽보다 더 편하다.
환자가 편한 쪽으로 누워 있을 수 있도록 어깨와 등, 다리 밑에 베개를 받쳐주면 좋다.
몇 시간마다 자세를 이쪽저쪽으로 바꿔주면 도움이 된다.
하지만 거칠고 불규칙한 호흡은 죽어가는 과정의 자연스러운 부분이다.
환자의 불편이 아닌, 당신의 불편을 해소하고자 약물을 투여하는 것을 재고해야 한다.
홍트리버 생각
죽음은 생각보다 고통스럽지 않다.
그러나 고통스럽다고 생각하는 주변 사람들은, 환자를 위한다는 생각으로 갖가지 약물을 투여해달라고 의료진에 요청한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의 바람은 고려되지 않았다.
저자는 환자 가족들의 심적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약물을 투여하지 말라고 말한다.
책 전반에 걸쳐 각자의 이기심을 위해 요청하는 부분과 이에 대한 재고 요청이 상당히 많이 나온다.
환자 가족들이, 친구들이, 동료들이 요청하는 것들 중 많은 부분이 환자는 원하지도 않고 불편하거나 싫어해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죽음을 실습할 수 없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핵심적인 부분은 환자가 원하는 것을 주의 깊게 살펴서 환자의 의사를 물어보고 적절히 돕는 행위다.
자신의 주관에 의해 뭔가 더 하려고 하거나, 죽음에 대해 아는 척 조언하려거나, 그까짓 병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털고 일어나라거나, 자신의 감정을 환자에게 배설하는 행위 등을 하지 말아야 한다.
죽음에 가까운 사람에게는, 가만히 듣는 것보다 나쁜 행위들은 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배운 사람, 가까운 사람일수록 이런 행위들을 무의식 중에 해버리고 말 것이니 각별히 유념하자.
일의 관점
죽음이라는 특별한 케이스는 우리가 경험할 수 없기 때문에 항상 실수를 하게 되는 것이다.
죽음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을 안다면, 당신은 어쭙잖은 행동 대부분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일도 마찬가지다.
일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모두 안다고 가정하고 내리는 확고한 결정이다.
현대는 압도적으로 복잡한 시대이다.
어떤 일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추측하는 게 매우 어렵다.
그만큼 변수가 많고 변수와 변수가 서로 영향을 주며, 이를 일일이 계산할 수가 없는, 복잡계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런 복잡함을 인정한다면, 자신의 분야가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현직자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고 가장 최신에 나온 정보들도 적극 찾아야 한다.
만약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었고 세계 최대 경제 활황이었던 과거처럼, “내가 다 아니까 딱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라는 식의 리더라면 반드시 큰 코를 다칠 것이다.
특히 비즈니스에서는 운이 엄청나게 작용을 하기 때문에 호언장담할수록, 과거에 큰 실적을 냈어도 묻혀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아직 읽지는 못했지만 안티프래질 - 의외의 사건이 생길수록 더 강해지는 특성 - 이 필요하다.
전략적으로 의외의 변수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며, 그럴수록 더 유연하게 대처해서 강해지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삶의 적용점
-
책 후반부에 나오는 죽음 계획서를 활용한다.
-
1년에 1번 정도 읽고, 나는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재인식한다.
-
죽어가는 사람을 대할 때 책의 내용을 참고하여 그들을 더 잘 대할 수 있도록 한다.
아쉬운 점
-
없다.
마무리
정말로 유니크한 가치를 가진 책이다.
문장과 표현들은 담담하면서도 강렬하다.
의학적 내용은 철저히 검증된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하기에 신뢰도가 매우 높다.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죽음을 대비하며, 타인의 죽음을 대하는 자세를 고칠 수 있게 도와준다.
표지와 디자인마저 상당한 수준이고, 번역 또한 잘 되었다.
실습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한 가장 명확하고 실질적인 내용들이 담겨있다.
강력하게 추천하는 바이다.
by 피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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