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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001 노인과 바다 노인과 바다 사자 꿈을 꾸어라 산티아고야 바싹 늙은 산티아고야 잔잔한 대양의 너르른 마음과 잔인한 파도의 격렬한 심술 즐거이 희롱하는 돌고래 무리와 지친 몸 쉬어가는 군함새 한 마리 단 한 톨 기대 없이 팔십일 헛수고라 더 깊이 드리워라 바늘을 드리워라 거대한 청새치가 고고히 달려도 그저 당당히 단지 담담히 필시 삼일밤낮 고생하고 하필 상어무리 달려들고 비록 생선뼈만 남겠지만 결국 아무것도 없겠지만 마놀린의 천진함 디마지오의 발꿈치 감각없이 찢어진 네 손으로 낚시줄 당겨라, 정신을 낚아라 소멸할지언정 굴복 않고 파괴될지언정 패배 않는 한 마리 행복한 사자가 되어라. 산문 -> 시의 첫 습작.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읽고 작성. 더보기
눈사랑 강변을 걸으며 사박사박 내리는 눈을 맞았다. 봉긋하게 쌓인 눈은 내 발목을 잡는다. 나무가지에 얹혀 있는 눈을 한움큼 집었다. 사르르 녹아 사라진다. 기쁨도 잠시 내 손바닥엔 차가움만 남았다. 시리다. 차라리 눈을 움켜쥐지 말것을... 하지만 나는 바보처럼 또 다시 눈을 한움큼 집어들고 기뻐한다. 예외없이 금방 녹아버린 눈 슬프게 손시림만 남는다. 차라리 사랑하지 말 것을... 뜨거움으로 다가가 잠깐의 접촉 허상처럼 녹아버린 사랑은 나를 아프게 시리게 한다. 하지만 나는 바보처럼 또 다시 아름다운 사랑 한움큼 움켜쥐길 바란다. 다음엔 꼭 내 손을 차갑게 해서 아니면 눈을 뜨겁게 뎁혀서 언제고 증발되지 않는 그런 눈사랑을 나는 기다린다. 더보기